
스토리
POC 다이어리: 유럽 국제공항 (1)

POC 다이어리란? POC(Proof of Concept)는 솔루션을 본격 도입하기 전, 실제 환경에서 작은 규모로 먼저 검증해 보는 단계입니다. 아이핀랩스는 다양한 산업의 고객사와 POC를 진행할 일이 많고, 환경과 목적은 매번 달라집니다. 그래서 앞으로 블로그에서는 저희가 진행한 POC 유즈케이스를 프로젝트 리드의 시점에서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첫 다이어리는 2025년 12월 초, 유럽의 한 국제공항에서 진행한 POC입니다.
공항이 풀고 싶었던 문제
이번 출장지는 동계 시즌을 준비하던 유럽의 한 국제공항이었습니다. 스키, 스노우보드처럼 일반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가지 않는 대형 수하물이 폭증하는 시기였고, 공항은 이 수하물을 옮기기 위해 한 대에 약 1,000유로인 카트 약 60대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카트들이 항상 같은 자리에 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2층 체크인 카운터, B1층 수하물 처리 구역, 카트 보관실 등 거대한 터미널 안에서 카트가 사방으로 흩어졌고, 정작 필요할 때 찾기 어려웠습니다. 카트 수급이 늦어지면 대형 수하물 처리가 지연되고, 이는 곧 승객의 환승과 게이트 흐름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공항 측이 저희에게 던진 질문은 "카트의 위치를 파악하고 동선을 가시화할 수 있을까요?"였습니다. 운영 요구는 40분 단위 위치 갱신이었고, 검증 기간은 한 달로 합의되어 있었습니다.
까다로운 환경, Zero Infrastructure 접근

국제공항은 보안이 매우 철저합니다. BLE 비컨, UWB 앵커, RFID 리더처럼 측위 전용 하드웨어를 벽이나 천장에 새로 설치하는 방식은 보안 승인과 시공 부담이 큽니다. 공간 위 가상의 좌표마다 신호 데이터를 일일이 수집해야 하는 핑거프린팅(Fingerprinting) 방식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공항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아이핀랩스의 실내 위치 추적 플랫폼 BPIN은 공항에 이미 설치된 Wi-Fi AP(액세스 포인트)를 그대로 활용해, 기존 Wi-Fi 신호와 스마트폰 IMU(관성 측정 장치) 데이터로 측위 모델을 만듭니다. 위치를 추적할 카트에는 신호를 수집하는 소형 트래커가 하나씩 부착되지만, 건물의 벽과 천장에 새로 시공하는 장비는 없습니다. 공항 입장에서는 추가 인프라 투자도, 운영 중단도 없이 측위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저희가 'Zero Infrastructure'라고 부르는 방식입니다. 한 달 POC가 시작되기 전, 한 주 안에 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검증까지 마치는 것이 이번 출장의 목표였습니다.
이틀간의 현장 조사와 데이터 수집
도착 다음 날 아침 9시, ML 엔지니어와 저 두 명이 공항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Site Survey(현장 사전 조사)로 2층 체크인 카운터, Bulky Baggage(대형 수하물) 엘리베이터, 카트 보관실, B1층 수하물 처리 구역의 동선을 확인했고, 짧은 킥오프 미팅으로 공항 측 팀과 진행 방식, 그리고 한계까지 함께 공유했습니다.

데이터 수집은 지점마다 멈춰 찍는 방식 대신, 스마트폰 IMU의 가속도계와 자이로 센서를 활용한 동적 수집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평소처럼 걷기만 하면 센서가 신호 환경을 학습하는 방식으로, 2층 작업 구역 맵핑을 3시간 안팎에 마쳤습니다. 다음 날 B1층 수하물 센터에서도 같은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카트 배치, 그리고 한 가지 의문

데이터 수집과 모델 학습이 끝난 뒤, 본격적인 테스트를 위해 카트들을 주요 지점에 배치했습니다. 곤돌라 카트(대형 수하물용 평판 카트) 10대와 스키 카트 10대에 모두 트래커를 부착하고 약속된 위치에 자리를 잡았으며, 현장 직원분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Do Not Touch" 안내문도 함께 붙여두었습니다.
대시보드를 띄워둔 채 숙소로 돌아온 그날 저녁, 무심코 화면을 확인하다 이상한 좌표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약속된 자리에 있어야 할 카트 하나가 원래 자리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낯선 곳에 찍혀 있었습니다. 시스템 오류일까요, 아니면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카트를 옮긴 걸까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Travel Note — 도착 첫날 밤 11시, 공항에서 숙소까지 차로 10분 거리에 우버 요금으로 114유로(약 16만 원)가 찍혔습니다. 야간 정찰제로, 오후 6시 이후로는 거의 확정 요금이었습니다. 비행기 값에 맞먹는 택시비를 내고 숙소로 향한, 출장의 첫인사였습니다.

